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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이 정답일까?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구글, 애플···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세계 최고의 IT 기업인 동시에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애플은 하드웨어의 매출 비중이 소프트웨어에 비해 훨씬 더 높지만 하드웨어 경쟁력의 기반에는 소프트웨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애플과 세계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국내 대표 기업의 경쟁력 차이는 바로 소프트웨어에서 기인합니다. 그리고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최고 IT 기업의 또 다른 공통점은 IT 서비스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IBM처럼 SI사업이나 시스템 운영 사업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높은 이익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모두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건 오해입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SI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습니다. SI사업은 기업의 경영목표에 따라 정보시스템을 최적으로 재구축하고 통합해 주는 사업입니다. 옷으로 치면 패키지 소프트웨어 사업은 기성복 산업이고 SI 사업은 맞춤복 산업입니다. 그래서 SI 사업은 인건비 비중이 높아 이익률이 낮고 규모의 경제가 어려우며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힘들기에 고부가가치 사업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소프트웨어 업계 관련자들이 국내도 이제는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앞서 비유한 의류산업을 예로 들어봅시다. 우리 기억 속에는 오래전 동네마다 양복점이나 양장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양복은 으레 맞춰 입는 것으로 생각했고 여성들도 양장점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양복점과 양장점을 찾아보기 정말 어려워졌습니다. 기성복이 백화점, 마트, 길거리 할인 판매점을 모두 점령하고 난 뒤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 기성복 자체도 중국이나 베트남 등 대부분 외국에서 만들어온 옷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양복 기술자를 점점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다시 소프트웨어로 돌아가 봅시다. 국내 기업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SI 사업 중심의 IT 서비스산업 대신 패키지 소프트웨어 사업에 올인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만들어진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누구와 경쟁하는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지명도와 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세게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물론 이 경쟁에서 이기면 전 세계를 시장으로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사업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뛰어난 기업이 국내에서 하나 나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기업은 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해서 막대한 매출과 이윤을 높일 수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많이 필요할까? 소프트웨어 제품은 개발시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단 개발되고 나면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은 제로 코스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유통 역시 제로 코스트로 실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높은 매출 대비 낮은 생산비로 운영이 가능합니다. 이 점이 패캐지 소프트웨어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세계 초일류 전자회사가 등장했다고 해서 국내 전자산업 분야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전자공학 엔지니어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겠는가? 그나마 전자산업 생산라인의 일자리는 증가하겠지만 이마저도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 그만입니다. 더구나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런 생산라인 자체가 없습니다. 그리고 개발을 위한 핵심 소프트웨어 인력을 자국민으로 고용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IT 서비스 분야와 달리 언어 장벽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인도계나 중국계 개발자를 대규모로 쓰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물론 이 역시도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패키지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가정했을 때입니다.
IT 서비스 분야의 개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을 갖추는 길입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패키지 소프트웨어 육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가정해봅시다.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렵지만 어찌어찌해서 세계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나온다고 해도 국가 전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활성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과 일부 몇몇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 해당됩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 및 발전의 중심이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오히려 IT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패키지 소프트웨어가 기업이나 공공 분야에서 사용되려면 환경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IT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안정적인 기술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IT 서비스 분야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제공되고, 선진국과 같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막대한 이익률이 부러울지라도 그런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세계적으로 극히 일부분입니다. 대다수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전 세계의 IT 서비스 분양에서 일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몇 기업이 언론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고 모두의 부러움이 된다고 해도, 정작 세상을 움직이는 기업 뒤에는 무수히 많은 IT 서비스 분야의 이름 모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이 없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도,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도, SAP의 ERP도, 구글이나 애플의 스마트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IT 서비스 분야의 개발자들이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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