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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스토리-기업의 정보시스템과 기업 경쟁력
언젠가 회사에서 단체로 농구장에 농구 경기 응원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농구 경기가 끝나고 응원을 갔던 사람들 모두 대표이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대표이사는 팀장들에게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말하도록 했고 팀장들은 각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 중에는 그날 봤던 농구 경기와 관련된 내용이 많습니다.
"역시 농구경기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회사에서도 리더의 역할이 아주 중요할 것 같습니다." "농구 경기에서는 스타플레이어보다는 팀워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등의 이야기였습니다.
내 차례가 돌아왔을 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이사를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눈여보지 않았겠지만 농구 경기장에 있는 전광판의 중요함을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남은 공격시간을 보여주는 초시계가 없거나 스코어 및 각종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초시계가 없거나 스코어 및 각종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전광판이 고장 난다면 농구 경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숨은 곳에서 전광판이 잘 잘 작동하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있기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기업의 정보시스템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발언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정보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 데이터센터에 전기설비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실제로 업무 시간 중에 10시간이 넘게 모든 정보시스템이 다운되는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날 모든 직원들은 대부분 서성이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모습이였습니다. 물론 그동안 나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고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전기설비 복구가 끝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말이 씨가 된다."라는 속담이 머릿속을 내내 매돌았습니다.
정보시스템은 전기처럼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2011년 9월 어느 날, 가을의 늦더위로 인해 국내 여러 곳에 대규모 정전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주요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등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평소에 전기가 중단 없이 공급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 대해 신경 쓴 적이 있었던가?
마찬가지로 매일 출근해 PC를 켜고, 그룹웨어에 로그인해 메일을 확인하고, 결재를 하고, ERP(전사적 자원관리)에 접속해 업무를 수행하고,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를 연결해 정보를 조회하고, PC에서 웹 검색을 하고,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보고서를 작성해 출격하고, 메일로 보내고 퇴근하고... 이런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숨은 노력에 대해 인식할 수 있을까? 한때 전기도 최신 기술 분야였고, 정보시스템도 마찬가지로 마법과 같이 여겨지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정보시스템을 개발하면 성대하게 개통식을 하고 대표이사가 버튼을 누르면 프린터에서 멋진 출력물을 찍어내는 행사를 하던 시절 말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직원들에게 1인 1PC를 지급하는 단계를 거쳐, 회사의 핵심 정보를 보여준다는 EIS(경영정보시스템)를 도입하고 ERP 프로젝트를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데까지 발전했습니다. 정보시스템을 통해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컨설턴트의 멋진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정보시스템이 마법처럼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이 기대에 부응하며 정보시스템은 크게 발전해왔습니다. 정보시스템을 통해 기업들은 보다 빠른 정보처리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으며,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직원들이 일일이 고민하지 않아도 오차 없이 정확한 월 결산을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정보시스템이 기업 경쟁력 향상의 핵심입니다. 경쟁력이란 무엇인가? 남보다 무언가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보시스템은 오히려 기업 간의 경쟁력 평준화를 가져온 것인 아닐까? A기업이 노력 끝에 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업무에 도입해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B기업은 해당 기업이 채택한 설루션 회사를 찾아 벤치마킹을 하고 비슷한 정보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 않은가? 글로벌 ERP 기업의 설루션을 거의 모든 기업에서 사용하게 되면 ERP 시스템에서 해당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걸까?
그렇다고 거의 모든 기업에서 사용하는 ERP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비티는 게 더 나은 걸까? 많은 IT 설루션 기업들이 고객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할 때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경쟁력의 향상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해당 설루션을 시장에서 경쟁관계인 A, B, C사에게 모두 똑같이 판매하면 과연 효과는 어떨까? 하지만 오늘날 정보시스템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원천이 될 수 없다는 것에 공감하더라도 정보시스템 없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 정보시스템을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해 끓임 없는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아마도 경영진이 IT부서에 보내는 껄끄러운 시선은 이런 현실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로 정보시스템이 기업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정보시스템은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도구일 뿐 핵심이 아닙니다. 기업 조직원의 역량과 기업문화, 잘 정비된 프로세스, 정보시스템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개선 노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F1 경기를 본 적이 있는가? F1 경기에 참가하는 것들이며 때론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머신도 경기에 여러 대 나옵니다. 따라서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머신의 성능보다는 머신을 조종하는 드라이버, 피트에 있는 정비팀과 기술자, 그리고 지원 조직이 아닐까 합니다. 정보시스템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도입하고 구축·오픈 것은 시작일 뿐, 역량 있는 사용자와 시스템 운영 조직, 뛰어난 기술지원, 경영진의 높은 관심 등이 어우러져 지속적으로 개선되어갈 때 기업의 성과에 기여하는 정보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 IT 설루션을 공급하는 벤더들에게 느꼈던 아쉬운 점은 설루션을 소개할 때 마치 "이 머신이 지난 F1그랑프리에서 우승한 드라이버가 탔던 것이니 이것을 타면 우승할 수 있다." 라는 것처럼 솔루션 도입에 대한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물론 우수한 IT 설루션이 경쟁력 있는 정보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중요한 요소인 것 맞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정보시스템의 경쟁력은 기업 조직원들 스스로 정보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기업의 환경에 맞게 끓임 없이 발전시켜나가려는 노력, 경영진의 이해와 관심 및 지원을 바탕으로 합니다.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기업 내 정보시스템을 비용만 잡아먹는 필요악으로 생각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프로세스 개선과 접목해 업무 경쟁력 향상의 훌륭한 수다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사용자 스스로에게 달려 있습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 워크'도 첨단 IT 시스템의 도입이 아닌 조직 구성원들이 스마트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제도, 여건을 갖추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 기업 또는 조직의 전산설비(서버, 네트워크ㅜ, 스토리지 등)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건물 또는 시설, 보통 도시 외곽에 별도의 전용 건물을 지어 전기설비, 항온 설비, 보안설비를 철저히 갖추고 24시간 시스템의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인원이 상주하면서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을 말합니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 전사적 자원관리라고 부르기도 하는 시스템으로, 기업의 회계, 구매, 생산, 판매 등 핵심 업무의 수행을 지원하는 통합시스템을 말합니다. 제조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정보시스템입니다.
그룹웨어 : 기업에서 임직원의 업무 수행을 위한 협업을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입니다. 결재, 전자우편, 게시판, 메신저 등이 주요 기능이며 모든 임직원이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입니다.
EIS(Executive Information System) : 경영정보시스템, 기업의 각종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해서 일목요연하게 도표 또는 그래프로 변환해 주요 경영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집게 된 정보를 젝 오하는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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